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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이 바뀌어야 회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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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회사에서 하는 평가는 믿기 힘들어요. 내가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알 수도 없고, 안다 하더라도 과연 공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를 했는지 의심이 가거든요. 실적도 별로 좋지 않은데 승진 대상자라고 해서 점수가 잘 나오는 것도 이해가 안 가요.”
바야흐로 기업마다 인사평가를 하는 시즌이 됐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3) 대리의 불만은 낯설지 않다. 어느 기업, 누구나 느끼는 불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젊은 샐러리맨들에게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물어보면 대부분 “평가”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성과를 바탕으로 차별적인 보상이 확산되면서 평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기업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별로 없다. 국내기업에 근무하다 올 초 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관리파트로 옮긴 경력 7년 차의 한 과장은 “지난해까지 있었던 국내회사에서는 주면 주는 대로 받았는데 며칠 전 여기 와서 보낸 10개월간의 실적을 놓고 상사와 면담을 하다 보니 옷이 하나씩 벗겨지는 기분이었다”며 “상사가 그 정도로 정밀하게 나를 관찰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전형적인 국내기업의 인사제도를 가지고 있는 한 중견그룹의 계열사를 보자. 이 회사의 김모 과장은 1년에 두 단계의 평가를 받는다. 1차 평가자는 팀장이고 2차 평가는 임원이 한다.
5:5의 비율로 점수가 주어지는 이 두 평가가 끝나면 인사팀이 회사의 모든 과장들에 대한 점수를 합산해 평균점수를 낸 뒤 나름대로 조정을 거쳐 최종등급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김과장은 평가의 ‘대상’일 뿐이다. 두 상사가 준 점수는 물론이고 최종등급도 알 수 없다. 내년 급여명세서에서나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도 모르는 평가 결과
이에 반해 국내에 있는 미국계 화학회사는 해당 팀장과 임원이 평가를 하는 것까지는 같지만 인사팀이 ‘개입’하지 않는다. 대체로 팀장이 기초평가를 하고 임원은 재조정-확정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평가 당사자들은 면담을 통해 한 해의 성과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평가가 보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기업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인사팀이 ‘나름의 조정’을 해서 서열을 매긴다. 인사팀이 이렇게 하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근무 분야의 특성이 모두 다른데 일괄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1, 2차 평가자들이 감정적으로 평가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평가자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인사팀이 개입해 ‘정확한’ 결과를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무엇을 위한 평가인가’에 대한 시각 차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대다수 국내기업의 인사평가는 거의 승진을 위한 것이었다. 월급을 대폭 올려주지 못한 대신 승진을 시켜주던 관행이 이어져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인사평가도 직원들 중에서 누구를 뽑느냐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비해 다국적기업들의 평가는 성과를 바탕으로 한 보상에 중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승진이 아니라 연봉을 많이 받기 위해 일하는 게 핵심이다. 직원들도 어떻게 하면 자신이 일을 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쪽으로 행동한다.
이런 시각 차는 인사팀의 업무를 완전히 달라지게 한다. 국내기업의 인사부서가 ‘어떻게 직원들의 등수를 매기고 컨트롤할까’에 치중하는 단순행정업무에 매달려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반면, 평가권을 현업에 넘겨 자질구레한 일로부터 해방돼 ‘손이 빈’ 다국적기업 인사부서는 이른바 ‘인사 기획’에 역점을 둔다.
‘어떻게 하면 좋은 직원을 뽑을 수 있을까’ ‘내년 상반기에 시작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은 어떻게 충원해야 하는가’ 같은 생산적인 고민을 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인사 담당 임원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사장단 회의에서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몇 년 전 외국계 기업이 된 한 주류회사의 임원은 “인수되기 전 인사 담당 임원의 보고 내용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며 “연말이 되면 ‘올해의 임금 인상률은 몇 %이고 승진은 이러저러하다’는 얘기가 고작이었고 평상시에는 직원들의 근태가 단골 메뉴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난 뒤에는 분위기가 1백80도 바뀌었어요. 한 번은 몇 년 뒤의 중장기 전략이 사장단 회의에 안건으로 올랐는데 인사 담당 임원이 그에 대한 인력 충원 방법과 그 이후 인력 처리 방안을 얘기하더군요.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 달 했던 일 한 달에 끝내
실제로 초일류기업의 인사 담당 임원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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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쓴 이: |
구창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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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이 바뀌어야 회사가 산다
